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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1-26 13:26
초록글방] 시골에 살면서 드는 생각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62   추천 : 0  

시골에 살면서 드는 생각

 

                                                                                                                        박은정/참교육학부모회

 

아이들을 자연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키우고 싶어서 시골로 이사 온 지 횟수로 5년이 접어들었습니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곳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며, 시골에 친척도 없어서‘아침이슬’이라는 단어를 시나 노래속이 아닌 실재로 느껴본 것도 시골로 이사 와서 처음이었습니다. ‘채식을 하면 더 좋다’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한 번도 ‘나와 채식’을 연관시켜 보지 못했습니다. 널찍한 마당에 고기 굽는 통을 설치해 두고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우아하게 야외식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신이 났습니다.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아담한 텃밭은 시골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아름다운 그림이었지, 그곳에서 키우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땅은 저절로 그것들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때가 되어 장에 가서 고추며 상추, 토마토, 참외, 수박, 오이, 가지 등의 종자를 사다 심으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는 재미와, 조금씩만 심었는데도 우리 가족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나서 주변 친구들에게 무 농약으로 키운 거라며 인심도 쓰다 보면“풀이 많이 자라던데 키우느라 고생 했겠다”는 고마움의 인사도 받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밭 갈고 모종 심고 풀매며 ‘땅이 어쩌고 지렁이가 어쩌고’하며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잘난 체를 하면 아이들은‘책에서 봤다’고 맞장구를 치며 알은 체들을 해대며 힘든 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유기농 매장에 가서는 고추며 상추의 가격을 보고 내가 얼마를 벌었구나 생각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채소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식탁이 채소들로 채워지고 그렇게 먹고 나서 느끼는 가벼움과 먹으면 먹을수록 육식으로 포만감을 느낄 때와는 다른 뭔가 내 몸에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

 

이렇게 한 해 두해 보내다가 슬슬 주변의 다른 밭들로도 눈이 돌아갔어요. 본인들과 자식들 먹일 고추와 배추에도 농약 뿌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우리 집 고구마와는 다르게 너무 빨리 줄기가 자라서 봤더니,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를 써서 며칠 만에 팔고 또 팔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실제로 농약과 과다비료로 자란 채소들을 보고는 엄청 놀랐습니다. ‘저것을 먹는 사람도 지구도 모두 병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채식을 하면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모두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를 위해서도 채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에 좀 더 보태서 ‘유기농, 무 농약 채식’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소비자가 많아지면 생산자도 늘어나서 우리 농산물을 지켜내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주변의 분양하는 텃밭들을 이용해서 직접 키워 먹으면 어떨까요? 우리 마을은 도시와 불과 10분도 떨어지지 않은 시골 마을인데, 집 바로 앞에 있는 논에 올해부터는 농사를 짓지 않고 나무 묘목을 심어 놓은 곳이 있습니다. 광주에서 가까운 시골들을 돌다보면 나무가 심어진 밭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됩니다. ‘저런 곳은 가까운 도시 사람들이 와서 자기들 먹을 것 정도는 키워먹으면 좋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런 정도면 멀지 않아 우리 농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도시 사람들은 가까운 시골의 밭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골에서는 마을청년회나 농민회 또는 부녀회에서 나서서 도시와 연결하여 텃밭을 분양하고, 농사에 도움이 되는 여러 비법들을 알려주는 등의 적극적인 시도가 우리 농산물, 우리 땅 그리고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