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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26 16:52
초록글방] 내 식탁에서 참치 통조림이 사라진다?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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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근/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

 

채식을 하지 않아 막상 글을 쓰려니 무슨 얘기부터 해야할 지 어렵습니다. 저는 채식이 흔한 오해처럼 풀만 먹고 살자는 말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 누구든 계속 살 수 있도록 식량과 에너지 체계를 바꾸자’는 정신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값싼 반찬으로 참치 통조림을 많이 먹게되다보니, 관련된 얘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2010년 3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IES)’의 총회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대서양 참다랑어의 수출입 금지종 지정이 부결되었습니다. 한국의 농식품부조차 ‘국내 수산업 보호는 물론 주요 식품의 하나인 참치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멸종 위기종 지정을 막을’ 것이란 반대입장을 냈습니다.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는 참다랑어의 보호보다는, 원양어업과 가공 판매를 하는 자본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아무 조치가 없던 채로 1년이 지난 올해 7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는 8종의 참치어종들 가운데 5종이 현재 멸종위기이거나 거의 멸종위기라고 분류했습니다. 사람들이 참다랑어를 회떠먹고, 가다랭이나 황다랑어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김치찌개와 볶음밥에 넣어 먹는 동안, 어느새 바다에서는  참치가 멸종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참치도 생선이니깐 멸종 위기면 양식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대양을 헤엄치는 커다란 어류들은 애초에 양식이 불가능합니다. 참치가 먹는 작은 어류들을 포함하여 마구잡이하지 않는 것만이 멸종을 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흔히 양식된 생선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양식은 스스로 번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먹이사슬이 파괴되었다는 말에 다름아닙니다. 무엇보다 양식은 주변의 생태계과 격리되어 순환되지 않는, 지속불가능한 체계입니다.

 

한편 앞서 농식품부의 입장처럼, 정부에서는 당장 식량을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만을 최우선합니다. 멸종 위기나 생태계의 파괴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식량 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고, 수출에 의존적인 국내 기업의 이윤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FTA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정부는 한국 농업을 포기한 채 값싼 중국이나 미국 등의 농수산물에 의존하여 식량 가격을 낮추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식량 자급률이 낮아져 국제 식량 가격과 같이 휘청댈 가능성과, 식량의 생산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각종 식품 사고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 농기업의 손아귀에서 유전자 조작이 안 된,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건강한 식량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채식은 먹는 문화에 대한 말이지만, 우리의 식량 체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 번쯤은 자신이 먹던 밥상의 재료들이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지(또는 돌아갈 수 없는지)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