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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04 12:27
모두들 먹고 있습니까?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74   추천 : 0  

모두들 먹고 있습니까?

 

 

 

전 영

 

아침에 먹은 메뉴를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본다. 현미밥, 멸치볶음, 열무김치, 양념게장, 무채지, 김. 이 중에 내가 사는 곳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자란 음식은 몇 개나 될까. 모르겠다. 출처를 알 수가 없다. 식사를 준비하는 건 엄마의 고유영역이라고 인식한 지가 벌써 스물여덟 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오는지 나는 전혀 감이 없었다.

 

최근에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 아직 다 읽진 못했다. 하지만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원 제목은 ‘채식의 신화’인데 출판사가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듯하다. 여튼. 저자 리어 키스는 채식주의가 만들어 온 오래되고 관성적인 틀을 깨고 싶어 한다. 물론 현대의 육식 위주의 식단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지구 온난화 가속화, 공장형 축산업 문제, 과도한 비만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환경, 동물, 사람에게 파괴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채식만을 하는 것도 최후의 결론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산업형 농업 방식으로 생산되는 채식으로는 말이다.

 

우리의 농촌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들을 보자. 어느 것 하나 화학비료로 크지 않는 것이 없다. 땅의 기력이 그만큼 쇠해졌다는 뜻이다. 하다못해 집에서 상자 텃밭을 키우는 곳을 보라. 그 좁디좁은 화분 안에서 어떠한 양분도 화학 비료도 없이 토마토가 열리길 기대하는 건 도심 한 가운데서 지하수가 뿜어져 나오길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산업형 대농은 어떠한가. 요즘의 대농은 기계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씨 뿌리는 작업부터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화석 연료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지구와 인간에 지속 가능하지 않단 얘기다.

 

다시 나의 밥상으로 되돌아가본다. 이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식물은 빛과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과학 시간에 배웠었는데. 그런 단순한 지식은 안 배우니 만 못했다. 식물들은 땅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땅 속의 다양한 미생물들이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결실을 맺게 했으면 땅을 쉬게 해주었어야 했다. 사람은 일주일에 꼭 하루는 쉬면서 땅은 결코 단 하루도 쉴 날을 주지 않는다. 농업은 어찌 보면 끊임없는 착취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우리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고. 되도록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농사를 행하는 곳을 더 지지하고 찾아주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난 사실 모든 사람들이 농사꾼이 되었으면 싶다. 작은 텃밭과 논에서 먹을 만큼만 수확하는. 나머지 시간엔 땅도 식물들도 동물들도 나도 쉼을 갖는 것이다. 아마 누군가는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철없는 도시사람의 생각이라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