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급격한 기후변화다. 지구는 수억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를 통해 거시적인 기후변화를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긴 시간을 통해 서서히 겪는 기후변화에는 생물들이 서서히 적응하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중생대 따뜻한 아열대 기후에 살았던 공룡들이 운석 충돌에 의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멸망했다고 한다.
최근 100년 사이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에 있다. 세계 인구는 1900년까지 16억명에 불과했으나 최근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2000년대에는 60억명으로 100년 만에 약 4배로 급증했다.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1℃ 상승하면 현재 살고 있는 생물종의 10%가 멸종 위기를 맞을 것으로 추정되고, 2℃ 상승하면 아프리카인 최대 6000만명이 말라리아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높아지면 최대 50%의 생물종들이 멸종할 가능성이 있고, 아마존 밀림 파괴가 시작될 것으로 우려된다. 4℃가 상승하면 아프리카에서 8000만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로 변화에는 항상 유리한 집단과 피해보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현재 한반도에 분포하는 나비의 경우 북방구계종이 80%, 동양구계가 20%로 구성돼 있고, 노린재 역시 북방구계 75%, 동양구계 20%, 고유종 5%로 구성돼 있다.
이를 봤을 때 우리나라 곤충은 북방계 곤충이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온난화로 장수하늘소 같은 북방계 곤충들의 서식공간이 줄어들고 많은 종들이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도 광릉지역 나비 조사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북방계종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남방계 곤충은 분포지역과 종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곤충들이 기류를 타고 이동을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동을 해왔으나 겨울 추위 때문에 월동을 하지 못했던 아열대 곤충들이 쉽게 정착해 번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에만 번식했던 왕나비가 최근 강원도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곤충들이 1년에 발생하는 횟수, 즉 세대수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예로 일본 남부지방에서 흰불나방이 1년에 2회 발생하던 것이 3회 발생하면서 점점 고위도 지역까지 3회 발생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부지방에서 1년에 1회 발생하던 솔나방이 2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충의 활동시기도 더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개체수 증가로 예상하지 못한 해충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열대 지역에서 질병을 옮기는 모기, 파리 등 위생곤충의 종수와 개체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아열대에 창궐하는 곤충매개 질병의 확산으로 보건위생이 위협받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에 의해 매년 78만여명이 사망하고 있다. 뇌염ㆍ황열병ㆍ뎅기열 등까지 합하면 모기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은 한해 약 7억명, 사망자만 20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라리아 1772명, 일본뇌염 2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2009년 대전시소방본부 119구조대의 구조 활동 2076건 가운데 벌집제거가 1599건으로 77% 이상을 차지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는 또 다른 전쟁, 곤충의 생존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국립중앙과학관
◇ 사진설명 :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주로 서식했지만 최근 강원도에서도 볼 수 있는 왕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