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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05 15:34
소설가 김형경씨 “채식 시작한 지 5년, 마음의 병 사라지고 건강해졌어요”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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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형경씨 “채식 시작한 지 5년, 마음의 병 사라지고 건강해졌어요”

 

경향신문 2012. 10. 4

 

 

[모자라고 불편하게 살기]채식하는 사람들

소설가 김형경씨(52)의 식탁은 늘 채소와 과일, 곡물로만 이루어진다. 고기는 물론이고 생선과 우유, 달걀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렇게 먹은 지 5년째다. 지난 2일 오후 1시30분 서울역사박물관 내 모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에서 만났을 때도 그가 점심 메뉴로 주문한 것은 두부스테이크와 견과류로 토핑한 호박 수프였다. 호박 수프에 우유를 넣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채식을 한다고 하면 흔히 동물 보호나 환경운동과 같은 어떤 주의나 주장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오직 건강을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형경씨가 지난 2일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는 모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에서 두부스테이크와 샐러드, 호박 수프가 차려진 식탁을 보며 웃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채식한다고 모두가 동물보호·환경주의자 아냐
까다롭게 행동하기 싫어서 모임선 먹을 수 있는 것만 먹어
채식은 개인의 자유… 다른 이에게 권유 안해”


-채식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예전에 밖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자주 탈이 났어요. 그때는 화학조미료를 많이 넣었거나 청결하지 않아서인가보다라고 짐작했죠. 그러다가 2007년 1월 심신통합요가치료를 공부하는 친구들을 따라서 인도로 2주간의 요가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어요. 첫 방문지는 오르빌 요가공동체였는데 도착한 첫날 새벽 아침식사를 하러 갔을 때 야외 식당에 차려진 음식은 빵, 커피, 익힌 채소 몇 종류가 전부였어요. 제가 ‘달걀이나 우유는 없어요?’ 했더니 다들 이상한 눈으로 저를 보더라고요. 그곳 사람들은 물론, 함께 간 여행친구들 모두 채식주의자였던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 채식을 한 후부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채식을 바로 시작한 건가요.

“아뇨. 채식을 하면서 2주 만에 체중이 4㎏ 줄고 체형이 20대로 돌아갔을 정도로 몸이 굉장히 좋아졌지만 지혜가 부족해 경험이 주는 교훈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채식이 아니라 요가학교에서 기관지 천식을 고치는 방법을 배운 덕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곱창구이를 즐길 만큼 육식을 좋아했던 터라 귀국하자마자 추어탕집으로 달려갔죠. 그렇게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면서 몸이 불편해지는 증상도 되풀이됐어요.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의 감정이나 병증까지 옮는 투사적 동일시 증상도 동반됐죠. 그러면서 정신적 무력감, 우울증 증상이 왔어요. 그래서 정신분석을 받게 됐는데 그즈음 우연히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를 읽고 채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어요.”

중국 번역서인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는 중국 오대산에서 수행한 묘법 스님의 중생 교화 기록을 담은 것이다. 묘법 스님은 문화혁명 때 공산당 정권의 불교 파괴 정책을 피해 오대산 깊숙이 들어간 후 그곳에서 30년간 폐관 수행을 하다가 중국이 개혁·개방된 후 세상에 나와 중생을 교화했다. 김씨는 “법문이 퍼져 수많은 사람들이 노스님 앞에 모여들었는데 개인에게 주는 해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게 처방한 게 육식을 철저히 금하라는 것이었다”며 “인도여행의 기억이 겹치면서 혹시 내가 음식 먹고 자주 탈이 나는 게 육식 때문인가 하는 의심을 그때 처음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한 달간 혼자 시험해봤어요. 육식이나 회를 먹은 날과 안 먹은 날 제 몸의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우유나 달걀 또는 멸치 우려낸 물은 어떤지 등을 두루 비교하며 체험했죠. 그러고서 내린 결론은 ‘육식과 해산물은 물론이고 달걀, 유제품까지 완전히 끊자’였어요. 2007년 10월의 일이에요.”

-매끼 채식만 하면 맛이 있나요.

“초기엔 채식을 하더라도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다양한 채식 레시피를 공부했어요. 불자니까 절에서 사용하는 표고버섯가루나 들깻가루를 음식 조미료로 사용하고 샐러드를 먹을 땐 발사믹식초를 이용한 소스를 뿌렸죠. 그런데 점점 입맛이 단순하고 검박해지면서 2~3년쯤 지나니까 발사믹소스의 새콤달콤짭짤한 맛도 자극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어떤 것도 가미하거나 조리하지 않은 원재료 그대로 먹는 걸 좋아해요.”

-단백질 등을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이 결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채식을 하는 서양 남자들의 등뼈가 굽어 있는 것을 외국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어요. 채식만 하다가 칼슘이 부족해 뼈가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그때 한의사인 후배가 권해준 식품이 마늘이에요. 한방에선 마늘이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인 뼈와 살과 피를 만드는 유일 식품이라고 한대요. 뉴욕타임스에서도 마늘을 건강에 좋은 최고의 식물로 꼽았잖아요. 아침저녁으로 뚝배기 속에 돌을 깔고 통째로 2통씩 구워 먹으라고 해서 따르고 있어요. 또 열량과 단백질이 풍부한 견과류와 고기 못지않은 단백질을 함유한 콩도 자주 먹죠. 종합비타민오메가3, 토코페롤도 건강보조식품으로 챙겨 먹고요. 제가 동물 보호 차원에서 채식하는 줄로 오해하신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육식보다 네가 들고 다니는 가죽가방과 오메가3가 더 끔찍하다’고요(웃음).”

여행할 때 그가 필수적으로 챙기는 식품은 마늘환과 쑥환, 미숫가루 선식이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으로 환생했다는 단군신화도 있잖아요. 기력이 달릴 수 있는 타지에선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에요.”

-채식의 효과는 많이 봤나요.

“몇 년 만에 만난 분들이 제게 보이는 첫 반응은 ‘얼굴이 맑아졌다’예요. 그만큼 건강해지고 머리도 맑아져 총명해진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병증을 옮아 심하게 앓는 일도 서서히 사라졌죠. 채식 후 3년쯤 지나니까 육식을 했을 때의 탁한 느낌도 다 없어졌어요.”

-다른 사람들과 외식을 할 때는 먹는 취향이 달라 불편할 것 같아요.

“김치엔 젓갈, 국이나 된장찌개엔 멸치의 흔적이 숨어 있잖아요. 외식할 때 그 정도는 못본 척하고 먹어요. 코스요리집에서 모임을 할 땐 주문받는 분께 제 것은 야채요리만 따로 한 접시 준비해달라고 하고, 삼겹살집에선 오이·상추같이 제가 먹을 수 있는 것만 조용히 먹어요. 까다롭게 행동하고 싶지 않거든요.”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에 이어 얼마 전 4번째 심리에세이 <만가지 행동>을 펴낸 김씨는 요즘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집필활동은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 하는데 이때 두유와 구운 마늘, 사과 하나 정도를 먹는다. 또 점심식사는 외출해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저녁식사는 집에서 감자·고구마·당근·연근 등 뿌리야채와 과일을 익혀서 먹는다. 그런 그에게 채식을 다른 이들에게도 권유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전혀 없다”였다. 뭘 하든, 뭘 먹든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란다.

■ ‘닭·오리까지’ ‘열매만’… 채식 유형 다양

채식주의자(vegetarian)는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사람을 가리킨다. 세계채식연맹(IVU)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육지동물은 물론 바다나 강에 사는 물고기도 먹지 않는 사람들. 단, 우유나 계란은 취향대로 섭취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뭘 먹고 먹지 않느냐에 따라 채식주의도 여러 유형으로 구분된다. △육류 중 쇠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류는 먹지 않고 닭·오리고기 등 가금류는 섭취하는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 △육류는 먹지 않지만 물고기와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육식은 하지 않으나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 △육류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고 우유·유제품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lacto-vegetarian)’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도 먹지 않고 가죽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베건(vegan)’의 순으로 점점 엄격해진다. 베건 중에는 식물에 피해를 주는 잎·줄기·뿌리 부위는 먹지 않고 열매만 섭취하는 ‘푸루테리언(fruitarian)’과 같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로는 R 타고르(1913년 문학상),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921년 물리학상), 조지 버너드 쇼(1925년 문학상), C 벤카타 라만(1930년 물리학상), 알베르트 슈바이처(1952년 평화상), 라이너스 N 폴링(1954년 화학상, 1962년 평화상), 조지 월드(1967년 생리의학상), 아이작 B 싱어(1978년 문학상), C 수브라마니안(1983년 물리학상), 엘리 비젤(1986년 평화상), 제14대 달라이 라마(1989년 평화상), 아웅산 수치(1991년 평화상) 등이 채식주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