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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24 10:23
채식의 경험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687   추천 : 0  

채식의 경험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다

<현미채식>

 

다음 라이프 2013. 11. 29

 

모두들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아토피, 여드름, 악성 변비, 소화 불량 등의 만성 질환은 물론, 체중이 11kg이나 감량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 모든 것이 103일 동안 진행한 현미채식 급식의 결과였다.

필자의 채식 이야기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평소 알고 지내던 공직에 계신 분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내게 채식을 해보는 게 어떠냐며 채식의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평소 채소를 즐겨 먹었지만 특별히 채식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선뜻 대답하길 망설이는 내게 채식을 통해 맑은 정신과 몸의 건강까지 얻을 수 있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도 커지며, 환경 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와 헤어진 후 나는 한동안 채식에 대해 공부를 했다. 채식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하고 채식을 통해 삶이 변 한 유명인의 이야기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해 7월, 망설임 없이 비건 채식을 시작했다.

요즘에 들어 '그가 나에게 채식을 권한 이유도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하는 이유와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채식은 우리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을 보장받고 있다는 든든한 느낌과 내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갖게 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살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채식을 권한 지인도 지금의 나처럼 이런 마음을 널리 나누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채식을 시작하며 나는 담배와 술을 모두 끊었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해마다 감기를 한두 번 정도 심하게 앓았다. 그때마다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며칠씩 고생을 했다. 하지만 채식을 시작하고부터는 거의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매일 영어 문장 하나씩 외울 만큼 집중력도 향상되었다. 스스로와 약속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비건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출장을 갈 때도 예외는 아니다. 항상 채식 도시락을 준비해 다닌다.

2010년, 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성인병'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당뇨, 지방간, 고콜레스테롤 혈증 등 40~50대 성인에게 나타날 듯한 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반드시 채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직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문서로 정리해 배포하고 '미트 프리 먼데이(Meat-free Monday: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제창한, 환경을 위해 매주 월요일은 고기를 먹지 말자는 운동)'를 제안했다. 표결에 부친 결과, 대다수의 찬성을 얻었다. 이 안건을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상정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모든 위원의 찬성을 얻었다.

미국의 민간 환경 연구 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온실가스의 51% 이상이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소에게 먹일 곡물을 사람에게 먹이면 20억 명을 먹일 수 있고, 그에 따른 비효율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루에 먹는 그릇 수만 해도 몇 천 그릇이 넘는데 '육식을 하는 이 그릇 수만 줄여도 환경과 학생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주 1회 채식 급식이었다. 무엇보다 하루 빨리 학생들의 건강을 되찾아 주고 싶었고, 밝은 마음으로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10여 년간의 채식 경험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103일 후, 기적을 확인하다

우리 학교에서는 2011년 1학기부터 매주 월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하고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비건 채식 급식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비건 채식 급식이 정착되어 가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현미채식 시범 학교를 선정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사실 현미채식은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 급식비보다 현미채식은 식재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반미 대신 현미를 사용해야 하고, 채소 또한 몸에 좋은 유기농을 사용해야 하니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나머지 추가되는 비용을 교육청에서 지원받아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닌 매일같이 현미채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점심•저녁 식사뿐 아니라 가정에서 먹는 아침•주말 식사도 현미채식을 하는 강도 높은 코스로 진행하였다. 대신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현미채식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신청한 인원은 교직원 22명, 학생 34명이었다. 부모들은 '아침•주말 식사를 반드시 채식으로 먹이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였고, 채식 전문가인 의과대학 전문의 및 교수 등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총 56명이 103일 동안 현미채식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미채식을 시작하면서 고기 맛을 그리워했다. 그럴 때마다 격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채식 전문 의사에서 채식 전문 식당 사장까지 지역의 유명 인사들이 학생들과 부모에게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현미채식의 효과와 올바른 현미채식법에 대한 강의도 적극적으로 해주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먹고 싶은 걸 100일 이상 참는 것은 어떤 일이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하지만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참여 학생에게는 별도로 채식급식소를 마련해 줬지만, 일반 급식소에서 풍기는 고기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반 급식소로 몰래 넘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또, 현미채식은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한데, 약한 마음에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는 부모들이 하나둘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기나 가공식품 등의 금기 음식을 먹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자연스레 적극적 참여군과 소극적 참여군으로 나뉘었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어찌됐든, 103일간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현미채식 급식에 참여한 34명의 학생에게 채식 과정 수료증을 주고 체험 소감문 대회도 열었다. 학교 생활기록부에도 내용을 재했다. 그리고 며칠 뒤, 모두들 깜짝 놀랄 만한 기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간단한 체지방 측정과 혈액 검사 등을 실시했다. 그리고 급식 종료 3일 후에 똑같은 검사를 실시했다. 103일 간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 학생 중 23명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했고, 25명은 체중이 줄었으며, 27명은 체지방이 감소했다. 아토피로 힘들었던 학생 2명, 소화불량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학생 2명, 여드름으로 고민이 많았던 학생 6명, 지방간이 있던 학생 1명까지 증상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몸이 좋아지니 학력 신장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전국 시•도교육청 연합 학력평가에서 채식급식 전•후 석차가 향상된 학생 수가 54% 내외로 나타났고, 교내 시험에서는 '적극적 참여군'에 속한 학생 중 62%의 석차가 올랐다. 시•도교육청 연합 학력평가에서 학력 향상률 상위자를 '학력 진보자'로 선정하는데, 2012년 7월에는 3학년 수리과학반 '학력 진보자' 1•2•3위를 모두 채식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차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교육청의 지원 기간이 끝나 현미채식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학생들이 나를 찾아왔다. 기껏 아토피, 여드름, 비만으로부터 해방되었는데, 이전 상태로 돌아갈까봐 겁이 난다며, 수능 전까지만이라도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먹던 음식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현미채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약 2개월 동안, 학생들은 집에서 현미채식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하루 두 끼의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수능 전까지만이라도 현미채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소규모 인원으로 단기간의 현미채식을 다시 시행했다.


출처 : 현미채식
저자 : 홍성태 지음
출판사 : 넥서스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