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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29 08:31
"공장식 축사 재앙은 인간에 돌아온다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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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사 재앙은 인간에 돌아온다
닭 한 마리에 A4 한 장 공간, 이게 동물 복지?"

[깨어나자 2012 : 석학을 만나다 5-①]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

오마이뉴스 12.08.18 11:24
 
모든 일은 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 생각이 올바를 때, 역사의 흐름은 퇴보하지 않는다. 미래를 약속하는 언어들이 출렁이는 2012년, 온 지구를 가로질러 30여 개국에 선거가 있다. 변화의 시기, 한 생각은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힘의 논리로 억압하지 않는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고자 <오마이뉴스>는 세계의 지성들을 만난다. 그들의 통찰력을 빌어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내면의 지혜를 깨우려 한다. 한 생명이 밝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깨어나자 2012' 인터뷰 시리즈는 그 노력의 하나다. <편집자 말>

 피터 싱어 교수
ⓒ 안희경

2011년 벽두에 몰아쳤던 구제역 살처분. 죽어가며 젖을 물리던 어미 소, 생매장 구덩이에서 발버둥치던 돼지, 사슴, 염소들. 살처분에 투입되었던 경상북도 수의사와 최근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금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살처분 현장을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비유했다. 당시 새벽까지 기계처럼 주사기를 꼽아 1, 2분만에 쓰러뜨린 소가 첩첩이 싸였고, 받은 지 얼마 안 된 송아지에게도 석시콜린(근육 이완제) 주사를 꼽았다.

그에게는 아직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순간이 있다. 할머니가 10년 넘게 키워온 단 한 마리 소만 있던 집. 노파의 울부짖음은 한 나절을 넘겼고, 마침내 몸속에 주삿바늘이 꽂히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던 소의 큰 눈망울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의사는 도망치고 싶었다. 그도 눈물을 흘리며 소에게 빌었다.

"그래도 이 놈아, 넌 할매 덕에 행복했겠구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처음에 반발하던 기업농들은 보상금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고 난 후 잠잠해지고, 수의사들 중엔 과로와 충격에 시력장애를 호소하는 이도 나왔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그는 한밤에 놀라 깨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고백했다.

농업의 산업화, 현대인의 소비습관, 자본의 이동, 빈곤까지 한데 얽혀있는 이 고리에서 하나씩 심각한 증상이 불거지고 있다. 이 얼기설기 엮인 타래를 풀어주길 기대하며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 2월 말이었고, 반나절이 채 지나기 전, 답을 들었다. 올해 싱어 교수는 안식년으로 호주 자택과 일정에 따라 외국에 머문다. 다만, 버클리 강의 때문에 나흘간 미국에 있을 예정이라 했고, 우리는 지난 4월 18일 오후, 버클리 교정에서 대화를 나눴고, 이후 한두 차례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피터 싱어 교수
ⓒ 안희경

- 수많은 소·돼지가 살처분된 그 당시 인터넷은 뜨거웠습니다. 우리 삶을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고, 공장화된 축산업 실태에 관한 관심도 커졌죠. 하지만 지금은 불편한 진실로 다시 뒷전으로 밀린 듯 보입니다.
"동물의 산업화라는 아주 큰 주제를 꺼내는군요. 물론, 돼지를 산 채로 묻어 처리한 일은 끔찍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본질적인 잔혹함은 거대한 산업시스템 속에서 동물을 사육하는 거에요. 돼지들은 한 공간에 천 마리 넘게 몸을 맞대고, 오물 처리 때문에 지푸라기 하나 없는 쇳덩이 위에서 일생을 보내고, 새끼를 낳아도 몸 한 번 뒤척이지 못하는 좁은 박스에 갇힙니다.

쇠창살 너머에 있는 새끼들이 창살 사이로 젖을 물고 있고요. 몸 뒤척이다 새끼를 깔아뭉갤까 봐 그런다고 합니다. 동물의 모성을 부정하고, 새끼를 이윤을 얻는 상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기업농장에 수용된 동물의 전 생애는 고통 그 자체예요. 하지만 그 동물들은 그런 환경에 적응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업식 사육 방식은 질병이 퍼져 나가는데 최고의 조건을 갖습니다. 한 마리의 감염은 곧 수천 마리로 퍼질 수밖에 없고, 삽시간 이동됩니다. 그러다 병균이 돌연변이라도 일으킨다면 인간도 위험해지겠죠. 공장형 축사와 같은 수용 시설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공중보건은 위험에 노출된 겁니다. 또한, 거기서 나오는 분뇨의 양도 엄청나고, 대기 오염은 결국 기후 변화로 이어집니다.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닭고깃값은 절대 싸지 않다

 젖소 사진. 다들 젖이 부어있는 상태에요.
ⓒ PETA

- 소규모 축산 농장들이 기업형으로 바뀌고, 대형화된 것은 그만큼 기업형 축산 형태가 고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축사의 형태가 변해온 것도 식품으로서의 고기 생산을 효율적으로 위생적으로 다루기 위한 것 아닐까요? 덕분에 어린이들의 발육 상태도 향상되었습니다. 
"요즘은 닭고기가 참 싸다고 말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닭고기가 소고기만큼 귀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닭고기가 싸졌다고 안 봅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유명한 닭고기 회사가 들어간 지역에서 여러문제가 생겨났습니다. 하천이 오염되고, 공기가 나빠져 창문을 열기 어렵고, 집값도 내려갔죠. 켄터키 주의 경우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기업에 암모니아 중화 비용 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역으로 이는 그동안 지방 자치 단체에서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해왔고 지금도 이뤄진다는 뜻이에요. 어떤 지역은 공장 한 곳에 수용된 닭에서 나오는 오물이 지역 주민이 배출한 것보다 많습니다. 이 처리 비용도 세금이죠.

사료를 먹이는 농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옥수수 재배농에 정부 지원금이 중단되면 사료값이 올라 농장을 닫게 될 거라고요. 닭을 안 먹어도 닭고기 생산 비용과 소·돼지 생산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거죠. 고기의 질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옥수숫대를 주면서 허술하게 먹이고도 살을 찌워야 하니까,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이 들어갑니다. 살은 빨리 오르지만 뼈 성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 어느 회사의 경우 90%가 다리를 절고 26%가 뼈 관련 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죽는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포장된 고깃덩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황들이죠."

- 미국 닭고기 생산업자들의 협회에서도 동물 복지 기준을 제안하고, 웰빙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맞추고자 차별적인 관리를 한 제품을 팝니다. 유기농 사료를 주고 넓은 공간에 수용하고요.
"소비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은 고기를 찾는다고 해서, 일부 동물만 그들의 습성을 조금 염두에 둔 공간을 더 마련해주고 먹이를 신경 쓰는 것이 과연 그 동물을 고려하는 걸까요? 비정한 장삿속이죠. 그리고 업자들이 규정하는 복지 기준은 동물 복지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합니다. 미국 닭고기협회가 제안하는 복지 기준은 닭 한 마리에 적어도 A4 용지 한 장만한 공간은 보장하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 자란 닭이 있는 닭장 문을 열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하얗게 양탄자처럼 빽빽합니다. 시장에 팔려나가기 전 얼마 동안은 날개도 못 펴고, 다른 닭의 공격도 피할 수 없게 비좁아져요. 그 동안 우리는 조류 독감 소동도 겪었고, 돼지 독감도 지나왔습니다. 조류 독감은 동남아시아 공장식 축사에서 왔다고 하죠. 제가 확신하는 데, 이런 일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겁니다. 더 위험한 질병들이 퍼져나올 겁니다."

유럽연합, 돼지에게 땅 파헤치는 본능을 법으로 보장

 새끼난 암퇘지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두고 새끼 젖을 물리는 사진.
ⓒ PETA

- 지난 2008년 미국 선거 기간에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국민투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장식 축사에 대해 규제안을 상정되었죠.
"이미 유럽에서는 동물권을 보호하는 법률이 훨씬 먼저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어요. 유럽연합에서는 달걀을 낳는 암탉에 대해 철사로 엮어 만든 닭장을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또한 돼지 사육 방식도 내년에 시행될 법 때문에 지금 설비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암퇘지를 임신 4주부터 분만할 때까지 개별적인 좁은 우리에 가둘 수도, 사슬에 묶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돼지의 본성인 코로 땅을 파헤치는 행동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도록 바닥을 개선해야하고 공간도 더 넓혀야 합니다.

그리고 돼지 사육과 도살에 관련된 사람들은 동물 복지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정했습니다. 여기에 비해 2008년 캘리포니아에서 어렵게 개정한 법은 미흡하죠. 동물이 다리나 날개를 쫙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벽이나 다른 동물을 밀치지 않아도 자리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릴 수 있는 공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이 전에 벌어졌던 상황보다는 개선됐습니다. 한국도 이와 같은 법을 적용해서 시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캘리포니아 한 편에서는 시설 투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식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었고, 인간도 힘든데 동물에게까지 복지를 적용하느냐며 시기상조라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인간의 건강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돼지가 땅을 파고, 닭이 부리가 잘리지 않고 쪼을 수 있고, 소가 풀밭을 나다닐 수 있다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회복될 뿐 아니라 항생제나 호르몬 사용도 줄겠죠. 하지만 이런 규제 이전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는 겁니다.

우리가 동물에서 생산된 것을 더 적게 쓰고, 고기를 덜 먹어야만 해요.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때문에 축산업이 동물의 생리를 거스르며 이윤에 맞게 공장식으로 변질되는 겁니다. 육식을 많이 하면 몸에도 좋지 않아요. 특히 소고기는 소화기 계통의 암과 심장 질환을 유발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아니었습니다. 고기를 먹어왔지만, 다른 반찬과 함께하는 부분적인 거죠. 예전보다 더 많은 고기를 섭취하는 현대 식습관은 건강에 해롭고 동물들에게도 고통을 줄뿐더러 환경에도 끔찍한 영향을 줍니다. 되돌아 가야 해요. 한국인들이 해왔던 나물과 김치를 기본으로 갖췄던 전통 식습관이 참 좋습니다. 또 저는 한국이 불교적 전통을 이어가길 희망합니다. 불교에서는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계율로 가르칩니다. 그 마음을 담고 있다면, 동물에게 일생토록 끊임없이 고통을 가하는 데 동참하고 싶지 않을 거에요."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갖는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자

 유기농을 주로 취급하는 식품점에서도 100% 풀을 먹고 자란 유기농 우유는 단 한 종류. 대부분 유기농 우유 역시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다. 또한, '풀 먹는 소'라고 명시 되었을 뿐 송아지를 낳고, 적어도 일정 기간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든지 질병이나 장애 등의 몸 상태는 표기 되어 있지 않다.
ⓒ 안희경

- 한국의 경우, 긍정적인 부분은 아직 가족농이 건재하다는 겁니다. 물론, 사료값이 오르면서 소를 굶겨 죽이는 일이 나오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기업농으로 옮겨가는 위기에 부딪혔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경우 동물권을 지키는 재래식 축산법을 시행함으로써 소비자와 연대해서 다시 일어나는 소농들이 있는 걸로 압니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있던 소농이 죽었고, 가족농이 죽었어요. 이들은 80년대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농장을 공장식 비슷하게 만들어 키우거나, 도시로 떠나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그 결과 3대째 내려오는 한 가족농은 제일 싼 사료로 생산 원가를 낮추고, 항생제를 물에 섞어 돼지에게 먹이면서 축사를 키웠습니다. 수퇘지 거세하는데 마취 주사를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단 10원이라도 쓰면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합니다. 기업형 마인드가 된 거죠.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움직임이 친환경적인 축산법으로 소비자와 직거래하면서 대안운동처럼 생활 개선이 일어나는 겁니다. 가족사진을 고기나 유제품 앞에 붙여서 전통방식으로 키우고 있다는 걸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가죠. 그래도 아직 미국에 있는 농부의 수는 교도소에 갇힌 죄수보다 적습니다. 또 농장에서 사고로 죽는 농부보다 자살로 죽는 농부 수가 다섯 배나 많다고 합니다. 지킬 수 있는 소농이 있다는 것이 한국이 갖는 기회입니다."

- 앞서서 인류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언급을 하셨습니다. 선생께서는 우리 문명이 종말을 고할 거라고 느껴지나요?
"난 그리 비관적이진 않습니다. 종말은 아니에요. 저는 우리 문명의 주요한 위험은 기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문제죠. 육식을 계속하는 것도 기후 변화를 부르는 큰 요인입니다. 그래도 이 문명은 아마 다음 세기까지는 거뜬하게 살아남을 겁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겠죠.

다만 '살아남는다'는 의미가 대규모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피난민이 될지 모릅니다. 심지어 수억이 죽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처참하다 하여도 인간 문명의 종말까지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충분한 공간이 생기고 사람들이 이겨내리라 믿어요. 사실 저는 문명이 유실된다 해도 그리 마음에 걸리진 않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오게 될 불필요한 죽음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 '깨어나자 2012 : 석학을 만나다 5-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