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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09 14:08
<인터뷰> 조길예 교수 "당신의 젓가락이 지구의 운명을 바꾼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79  
 

<인터뷰> 조길예 교수 "당신의 젓가락이 지구의 운명을 바꾼다"

 

 

제주소리 2012. 7. 7

 

   
▲ 조길예 전남대 독문과 교수/기후환경비건네트워크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전국이 채식 열풍이다. 이하늬, 김효진, 김제동 등 유명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커밍아웃하듯 채식주의자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얼마 전 이효리가 올린 채식피자 사진이 며칠을 누리꾼들 사이에 오르내릴 정도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건강 때문에’, ‘다이어트 하느라’, ‘동물 보호를 위해서’ 채식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 가운데 “지구의 운명이 젓가락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다. 조길예 전남대 독문과 교수.

학생을 가르치는 일 말고도 광주 시민단체 연합으로 꾸려진 희망급식연대와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그녀는 인구 140만명 광주광역시에서 주1회 채식을 이끈 주인공이다.  

7일 열리는 제주지역 학교 100여명의 영양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서 그녀가 제주를 찾았다. 6일 늦은 오후 제주시내 한 채식식당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채식주의자’로 살기 시작한 것은 1994년. 20년 가까이 채식을 해왔지만 그 누구에게 강요해본 적 없다. 채식은 개인의 신념이라 여겼기 때문.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 고기 먹을 때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때운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랬던 그녀가 이토록 열혈 채식주의 전파자로 돌아서게 된 건 3년 전부터다.

“육식 관련 책을 번역하면서 가축 사육방식의 잔혹성을 절감하게 됐다. 작업하는 내내 인간으로 사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보고서, 전문서적 등을 읽었다. 이 현실을 알리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고 계기를 떠올렸다.

2010년부터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주1회 채식 식사’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외 갖가지 데이터를 근거로 삼고서 채식의 백익무해(百益無害)를 설명하니 누구와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1년 4월부터 초·중·고교 270여곳에서 일제 주1회 채식 식단 전환을 실시를 이끌어냈다. 1년 남짓한 기간동안 각 학교마다 우유·달걀도 빼는 완전 채식, 생선을 내놓는 페스코(pesco) 등 사정에 맞춰 다양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녀는 “학교 급식에 채식 식단을 넣는 것은 두 가지 의미로 접근할 수 있다. 한 가지는 환경 문제적 차원에서, 또 다른 한 가지는 지나친 육류 위주의 섭생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라고 운을 뗐다.

그녀는 이어 “단순히 먹는 것 외에도 요리 실습, 텃밭 가꾸기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직접 키우면 맛을 몰라도 일단은 먹는다. 그렇게 습관이 굳어지면 평생 이어진다. 또한 자연의 순리도 자연스레 깨칠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내놓은 이유다.

그녀가 채식 전파의 첫 걸음으로 ‘학교 급식’을 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조 교수는 “당연하게 먹는 학교 급식에서부터 채식 식단을 내놓는 것은 ‘채식’을 시작하기 쉽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학교가 시작하면 가정에서도 따라오게 될 것이고 빠른 속도로 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길예 전남대 독문과 교수/기후환경비건네트워크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녀는 ‘채식’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늘어놓으면서 사나흘은 꼬박 샐 듯 줄줄 답변을 이어갔다. 그녀가 나열한 수치만 놓고 본다면 고기를 삼키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채식은 또 가장 값싸게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국내 대기업만 하더라도 이산화탄를 줄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젓가락질만 잘해도 큰돈 들이지 않고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채식이라고 다 같은 채식이 아니다. 종류만 여섯 가지에 달한다. 붉은 고기류는 금하나 닭은 섭취하는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 육식은 금하고 생선까지만 먹는 ‘페스코(pesco)’, 육식은 안하되 우유와 계란은 먹는 ‘락토-오보-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 육식은 금하지만 우유까지만 먹는 ‘락토(lacto)’, 동물성 단백질을 일절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 식물조차 거부하고 과일만 먹는 ‘푸루테리언(fruitarian)’이 있다.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나 멀리 와 버린 오늘날의 기후 재앙에서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한명이라도 더 ‘비건’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겼다.

 

   
▲ 조길예 전남대 독문과 교수/기후환경비건네트워크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조 교수는 ‘채식은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 ‘채식은 금욕주의적이다’, ‘친환경농산물은 비싸다’ 등 채식에 대해 굳어진 고정관념도 맞받아쳤다.

“농약친 상추와 무농약 상추를 놓고 영양분을 비교해봤더니 어떤 건 20배 가량 차이가 났다. 그만큼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보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을 쓰지 않고도 채식 햄버거, 채식 짜장면, 채식 콩까스 등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채식’의 좋은 점을 요즘은 다들 잘 알고 있어도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엔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곳곳에 고기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육류소비량의 80%까지 따라잡았다는 통계가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나타낸다”고 짚었다.

“채식을 결심하더라도 주변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렵다. 결국은 ‘인프라’가 중요하다. 모든 식당에서 채식 메뉴 하나만이라도 넣는다면 채식에 도전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미 제주에선 여러 차례 급식 운동이 일어났다. 병설유치원을 포함해 제주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친환경 농산물 급식이 전면 실시되는 등 급식운동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그 어디보다 잘 할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을 맺었다. <제주의소리>